컴플레인 손님을 만나 너무나도 힘든하루였다.
퇴근 후 지쳐서 저녁 9시에 집에 돌아왔다. 오전6시 40분부터 8시 30분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더니 오른쪽 어깨가 저린다. 처음 주문을 받을 때부터 불안했던 손님이 있었는데 역시나였다. 왜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걸까. 점점 우리회사의 서비스에 대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오전에 컴플레인 이메일을 보는 순간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왠지 긴 하루가 될것 같았다. 손님 의견을 듣고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를 하고 인도 직원들에게 빨리 해결해달라고 전달하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계속 확인을 했다. 손님의 불만도를 전달하지 않으면 담당직원들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정석대로 해결하려고 한다. 우리가 잘못했다면 무엇보다 우선순위로 두고 처리해야 하는데 매우 수동적으로 움직인다. 그렇다고 너무나 질책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나서 적당히 웃으면서 힘내라고 격려하며 손님의 의견을 전달해야한다. 이번건은 정말 심각했다. 마감기한도 내일까지인데 ... 1차적으로 재수정해서 전달을 했는데 고객은 다시 실망이라며 끈임없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변경을 요청했다. 하루종일 그분의 의견을 전달했다. 회사도 잘못했지만 이분도 비서를 부려먹듯 끈임없이 이메일과 전화를 하셨다. 원래대로라면 컴플레인 사항을 한번에 받고 몇일 후 결과를 전달하는 식으로 진행되겠지만 이번에는 아주 급한건이라서 고객의 의견이 오면 바로바로 전달하고 피드백하는 수밖에 없었다. 원래부터 마감기한이 아주 급박한 문의여서 유선상으로 그런부분들을 이야기하고 받지않으려 애썼는데 왜그런지 주문을 하셨다. 큰 주문건이 였는데도 정말 달갑지 않았다. 그리고는 이 사단이 났다. 고객은 화가나있고 인도직원들과 회사 시스템은 느릴대로 느리고 지켜보면 속이 터질 지경인데 영어는 생각나지 않고 내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일하기에 많이 부족한데 괜찮은건지 하는 생각이든다. 그러다 왜 이 고객은 우리한테 주문을 했나 싶고 왜 회사는 완벽하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주문을 받나싶고 나 아닌 누구가를 탓하며 회피하고 싶어졌다. 문제가 벌어진 이상 어떻게든 처리하려고 애쓰지만 단 한번에 깨끗이 해결된적이 없던 그동안의 경험으로 이 상황을 달관하려는 마음이 들수록 힘들어졌다. 포기하면 안돼는데 자꾸만 포기하고 이 문제에서 손을 떼고 싶어졌다. 문제를 전달 했지만 정말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수정될지도 의심스럽고 고객은 과연 만족할까도 걱정스러웠다. 점심을 거르고 퇴근을 늦게 했지만 마음 조리며 기다릴 고객을 생각하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직접적으로 잘못을 했다기보다는 중간에서 상황을 전달해야하는 업무를 하면서 내가 잘못한게 아니니까 나한테 뭐라고 하지 말아요 하며 나 또한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은 하루였다.
내일 출근해서 어떤 이메일이 와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지만 일단 하루가 갔으니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맥주를 마셨다.
점심용으로 만든 라면을 먹지 못해서 집으로 다시 가져왔더니 퉁퉁 불어 있고 맥주는 냉장고가 고장나서 미지근했다.
그래도 딴에는 맥주라고 조금 취하는것 같았다. 그러다가 월급이 들어왔다는 문자를 발견했는데, 월급날보다 2틀이나 일찍 들어 왔는데도 기쁜것도 아니고 슬픈것도 아니고 담담했다. 단지 월급통장에 숫자가 조금 늘었구나 싶었다. 고생한것에 비해 너무 작은게 아닌가 싶어 돈 벌기가 왜이렇게 어렵나..절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화신씨가 없었더라면 어찌했을꼬...ㅎ
지인이 해준말이 딱이였다. 돈 벌기가 어렵다보니 입고 먹는걸 줄이게 된다고. 나름 음식에 비해 비싼 맥주로 사치를 부렸는데도 퉁퉁불은 라면과 맥주 한 캔 두고 사치라고 하는 내 모습에 다시 안쓰러운 마음을 일으켰다. 너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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