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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태 국

20150903_걷는 여자

by 지금이순간mom 2015.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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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게스트하우스에 여자 한 명이 체크인을 했다.

친구는 분명 한국인 이라고 했지만 나는 아닌것 같다고 했다.

몇 시간 후 방에 있는줄 알았던 그녀가 나와 친구가 앉아 있던 반대편 길가에서

긴 다리를 쭉쭉 뻗으며 걷고 있는게 아닌가.

야밤에 파워워킹을 하나 싶을 정도록 씩씩 했다.

드디어 오늘 그녀와 대화를 나눴다. 

영어로 라차담리와 씨얌을 갈 계획인데 어떻게 가냐고 묻는다.

버스 정류장을 묻나 싶었는데 걸어서 가겠다고 지도를 펼친다.

이 날씨에 걸어가겠다고?

나도 예전에 걸어간적이 있었지만 그녀는 초행길인데 잘 찾아갈지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걷는걸 좋아한다고 웃으며 말한다.

나두 좋아하는데 한달동안 이곳에만 놀러오고 걷지를 않았다.

그녀의 대답을 듣는순간!


그래 걷는거 좋지.

누구랑 함께 걷지 않아도 남들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운동복 차림으로 씩씩하게 걷는 그녀.

문득 이전에 내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인도 바라나시에서 가트를 오고 가고 했던 기억

네팔 룸비니 에서 길도 모르는데 무작정 걷고 걸었던 기억

포카라에서 슈퍼에 가겠다고 버스대신 먼지 풀풀나던 도로가를 걸었던 기억

그때 나는 언제나 혼자였다.

그렇지만 따뜻했다. 낯선 거리를 괜찮은척 걸어야했던 첫 날

익숙한듯 어제 걸었던 길을 되집어가던 둘째날

이전과 달라진게 있네 여기 거기네 하며 아는채 하며 걷게 되었던 셋째날


방콕도 그때의 길 같다.

쭈뼜쭈뼛 어색했던 길들은 익숙해졌고 저곳에 다다를 때쯤에는 무엇이 있겠구나 짐작할 수 있게되었다.

익숙한듯 연기를 하지 않아도 될만큼 익숙한 곳이 되었다.


내 머릿속에 그런곳이 하나 둘 늘어나는게 감사하고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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