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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인 도

20160923_이제그만 방황해야하지 않을까

by 지금이순간mom 2016.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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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그럭저럭 하루를 보내고 퇴근을했다.

9월 6일 갑자기 HR팀으로부터 사는 집 계약이 끝나서 이사를 해야한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여기서 산지 두달이 조금 넘었는데 이사라니..황당하기도하고 고장난 에어컨 수리비는 어떻게 해야할기 고민이 됐다.

고작 3번 에어컨을 틀었는데 어느날 작동이 되지 않아서 Admin팀에서 수리를 해주고 갔는데 하루 작동을 하고는 다시 고장이 났다.

룸메들로 갑작스런 통보에 화가나 있었다.

HR 외국인직원 담당자와 모여서 의논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수리비를 내지 않고 일본 룸메는 딱한번 온수버튼을 끄지 않았는데 고장이 났고 수리비를 그 친구에게 청구했다.

이전부터 문제가 있던 온수기라는데 착한친구는 그냥 지불했다.

어쨌든 HR직원은 현재 사는집이 오래되어서 물건도 낡아 그렇다면서 지금보다 괜찮은 집을 구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지금 사는집은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 습하고 냄새까지 난다. 

그래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집을 구해주려나 보다하고 기다렸는데 22일이 되기까지 어떤 언급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Admin 직원에게 물어보니 이전에 다른 직원들이 살던 집을 이야기해준다.

집 안은 들어가보지 않았지만 지나가다 본 바로는 썩 좋은 상태가 아니였는데 정말 그 집이란다.

나를 포함한 룸메 모두 화가 난 상태이지만 먼저 집을 보고 이야기하려고 퇴근 후 HR,Admin직원과 함께 집을 구경하러갔다.

그 집에 살아 본 적있는 직원이 고맙게도 선뜻 나서서 동행해 주었다.

집에 들어가기도 전에 화단을 보며 나이스하지 않냐고 묻는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습한 날씨의 인도에 그랜드플로워 집이였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고장난 냉장고, 세탁기는 그대로였는데 고쳤다며 나이스한 집이라고 한다. 

먼저살던 직원이 요목조목 고장난 부분을 이야기해서 작동해 보았는데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평평한 구조의 집이 아니라 원형으로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방이 하나씩 나오는 구조였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축축하고 습한 냄새가 진동했다. 벽은 부서져있고 침대시트는 앉기가 겁이날정도였다.

가구들은 오래되었고 화장실은 이마가 닿을듯 말듯했고 비좁았다. 딱보아도 살고싶지 않은 집이였는데 Admin 직원은 깐족거리며

나이스라는 말을 연발한다.

점점 화가나기 시작했다. 대체 9월 6일부터 23일까지 우리를 위해서 다른 집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긴한걸까.

HR직원은 회사에서 외국인 직원들을 위해 계약한 집들이 있는데 이렇게 비어 있으면 매달 월세가 나간다며

우리가 들어와서 살아야한다고 한다.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고용계약서에 우리가 그런 회사사정까지 고려해야한다는 말은 없었다. 집, 아침식사, 출퇴근 걱정없이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말이 있었다. 

모든편의를 제공해 줄테니 오기만하라고 이야기 해놓고서는..

심지어 깐족거리던 Admin 직원은 인도에서 집을 계약하려면 집주인이 외국인들이 사는것을 동의해야하고 어느날 갑자기 계약을 해지하라고하면

세입자는 어쩔수없이 나가야하므로 다른 옵션이 없다고 한다.

그럼 다른 집을 찾아보면 될텐데.. 성가셨는지 그런 시도조차 안한것 같다.

물어 보았다. 6일부터 이 집에 우리를 살도록 할 마음이 였으면 왜 진작 알려주지 않았냐고? 그랬더니 당황해한다.

현재 사는집에서 나가야할 날짜에 딱 당해서 말해주면 우리가 빼도박도 못하고 이 집으로 옮겨갈 수 밖에 없도록 했다는게 너무나 티가나서 더 화가 났다.

회사에서 집을 제공해준다고 말하지만 실은 매달 15,000루피(25만원정도)의 집세를 공제한 후 월급을 주고있다.

같은 돈을 공제하는데 다른 외국인 직원들이 사는집과 이집의 상태를 비교해봐야한다고 한다고했더니 

Admin 직원은 구지 해도되지 않을말을 술술 털어  놓았다. 

다른외국 직원이 사는 집은 집세가 비싸서 상태가 좋은거란다.  

그래.. 그러니까 이건 불공평하다고 .. 룸메와 나는 그 직원 말에 더 황당해졌다. 같은 돈을 공제하는데 누구집은 좋고 나쁘고..

완전히 동일한 상태의 집을 구해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적어도 상태가 나빠서 이전에 살던 직원들도 고개를 내 젓던 집을 떠넘기는

행동을 하면서 미안해야하 하는건 아닌지..(회사에서 비용을 떠안고 싶지 않아 능구렁이러첨 행동한다는게 보였다)

드디어 이 Admin직원은 인도에서 집 구하려 이래저래해서 참 힘이든다며 "그럼 너희가 알아서 구해보던지"라는 말을했다.

와...조금이나마 남아있던 회사에대한 정이 싸그리 무너지는 순간이였다.

먼 나라에서 온 외국인 직원들을 위해 특별히 대우한다면서 생색을 낼 때 그래 인도직원들이 받지 못하는 대우를 나름 회사에서는 해주고 있다 라고 어떻게든 생각해보려고 했다.

실상은 일주일 중 월요일에 한번 가장 싼 식빵 , 버터 , 치즈를 회사 냉장고에 채워두고

아침은 먹기힘든 짜고 달고 기름진 음식을 주고 오전에만 출근시간보다 이른 아침에 픽업을 해주고 있다.

퇴근후에 비가 아무리 많이 오고 집이 멀어도 돌아가는건 직원이 알아서 해야한다.

매달 25만원씩 집값과 별도의 전기세를 월급에서 공제해간다. 

집에서 산지 15일 넘어 생긴 고장난 가전제품에 대한 수리비 또한 직원들에게 청구한다.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들어오는 직원들이 얼마나 험하게 물건을 사용한다고 자주 고장이날까.. 오래된 제품들을 주고는 고장이나면 우리 탓이라니..


한국, 일본, 중국, 대반, 브라질, 터키를 대상으로 비지니스를 하는 회사.

각 나라의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전달하고 회사의 의견을 대변할 회사의 얼굴이라고 외국인 직원들이 뽑아 놓고서는 이렇게 대우를 한다.

계약전과 후의 모습이 이렇게 다르구나 했지만..해도해도 너무 한다 싶다.

퇴근시간에 딱 맞춰 행사를 하고 세션을하는 진행하는 바람에 늦어지는 퇴근시간.. 이야기도 없던 업무를 떠 맞기는 행동을해도 

이제는 어느정도 업무도 익숙해지고 그럭저럭 지내면 그래 1년은 다닐 수 있지 않을까 힘을 쥐어 짜내며 살고 있는데

오늘을 계기로 왜 이곳에 있나 싶어...내가 붙잡고 있는게 무엇인지 대체 뭘 위해 회사를 놓지 못하고 있나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금방 그만두는게 한국직원들 이미지를 먹칠하지 않을까 미안한마음. 욕 먹는게 겁나는 마음.

앞으로는 또 무얼해야할까하며 불안해질까 걱정되는 마음. 등등이 있겠지만 결국은 내가 욕 먹는게 싫었던거겠지.

그렇게 원하던 인도에서 이런 마음을 가졌다는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했던거겠지.


▲집을 구경하고 와서 한국동료와 룸메들과 함께 맥주랑 KFC 치킨을 시켜 먹었다. 
   뭄바이는 배달 서비스가 잘되어 있어서 어플로 주문하면 1시간내에 배달을 해준다.

* 회사동료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어쩌면 나는 지금 방황중인거라고.

  남들보기엔 회사에 다니며 이제야 정착을 하는듯 보일지 몰라도 싫은 내게는 이것이 방황이라고.

  남들과 비슷하게 안정되어보려는 어색한 삶.. 이제는 그만 방황해야하지 않을까..


한편 오늘이 참 고마운 것 같다. 확실히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나에게 물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니까 말이다.

월요일에 출근하며 회사 사장한테 이메일이라도 써야겠다.

사장은 뭘하는지 모르겠다. 다른 고개숙이고 좋은말만 해주니까 회사의 문제가 보이지 않는가보다.


▲Bandra Station in Mumbai.

인도는 다른곳 처럼 기쁨, 슬픔, 시련, 희망 모든것이 공존하는데 그 감정들이 더 뚜렷하게 보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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