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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있는 이야기/글

도서_참 서툰 사람들/박곽수_마흔, 서른이 다시 되고 싶은 나이_p61

by 지금이순간mom 2015.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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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_참 서툰 사람들/마흔, 서른이 다시 되고 싶은 나이_p61 





마흔, 서른이 다시 되고 싶은 나이

어린 시절에는 막연하게 스무 살이 되면 세상이 달라지거나, 혹은 달라 보일 거라 믿었다.
하지만 스무 살은 내게 변변치 못한 재수생이란 딱지를 안겨 주었을 뿐,어릴 적 상상과는 
달리 아무런 변화도 없는, 그저 또 다른 하루 혹은 또 다른 한 해일 뿐이었다.
하지만 서른이라는 나이는 마음가짐 자체부터가 달랐다. 서른 살이 되기 몇 해 전부터 노래방에만 가면 김광석의'서른즈음에'란 노래를 목이 터져라 불렀다.
그만큼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기다린 서른살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서른의 나이에 아무런 준비도 안되어 있는데 다짜고짜
세상으로 내쳐졌다. 너도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응석일랑 그만 부리고 혼자 세상과
맞서 싸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는 등떠민 사람들의 논리였다. 하지만 나는 그때
어른이 아니었다. 세속적으로 서른 해나 살아왔기에, 세상이 무섭다고 말하면
안되는 줄로만 알았기에 아무말도 못했을뿐, 사실 나는 여전히 어리고 아직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다. 
그래서 나는 가끔 혼자인것을 확인한뒤 내 두려움을 세상에 내보이지 않기 위해 숨죽여 울었다.

세상이 두려워 울고 있는 중에도 시간은 나와 상관없이 흘러가기 마련.
나는 두려움을 가슴속 깊이 있는 냉장고에 꽁꽁 감춰 봉인한 후 마흔 번째 봄을 맞았다.
서른살이 되던해, 나는 훗날 마흔살이 되면 내가 많이 달라져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기대하던 마흔살이 되었는데 변한 건 없었다.
나도, 그리고 세상에 대한 나의 두려움도....... 그도 그럴것이 세상은 늘 나에게 생경하고 낯선 임무와 과제들을 던져 우었다.
마치 오락을 할 때 익숙해질 만하면 세벨이 올라가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드는 것허럼 말이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후회가 나를 괴롭히지만 같은 강물을 다시 만질수없는 것처럼
(강물은 내가 멈칫거리는 사이에 이내 흘러간다. 멈칫거리는 사이 이미 전에 흐르던 강물이 아니다)후회 또한 과거가 되어 버린다.

강물처럼 세상에 대한 내 두려움과 분노와 좌절도 함게 떠내려가면 좋을 것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은 내 손에서 빠져나가 어디론가 흘러가 버리고,
내려놓고 싶은 것들만 소용돌이 치면서 내 곁을 맴돈다.
마흔, 마흔, 마흔, 나는 마흔살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어리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p61 참 서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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